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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묘문화 부분 - 2021년 혁신기업대상

광주 납골당 유골함 1,800기 침수

'눈속임' 판매 유골함 업체, 유족 두 번 울렸다.

전남일보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 입력 2020-08-20 16:49:44 발췌

   최근 광주지역에 내린 집중 호우로 해당 납골당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광주 한 납골당이 침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유골함에 물이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유골의 보존 상태가 각각 달라 유골함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완전한 진공 없어"… 방수 안된 진공함

진공유골함은 유골함의 공기를 빼고 질소를 충전해 내부를 진공 상태로 만든 함이다. 진공상태에서는 물과 습기,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인기를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공상태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을 진공유골함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 유골함 제작업체 대표는 "지구상에 100% 진공 상태는 없다"면서 "유골함의 진공이 오래 지속되면 좋겠지만, 유지 기간은 짧으면 몇 시간, 길면 100여일 정도다. 문제는 '유골함을 다시 열어볼 일이 없을 것'이라는 판매 업자들의 안일한 인식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상당수 진공함 판매 업체들은 진공을 막 주입한 상태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뚜껑에 강력 테이프장치를 해서 함 내부의 진공상태를 아예 확인할 수 없게끔 만드는 경우도 있다.

● 뚜껑에만 삼중 끼워넣고 가격 부풀려

이번에 피해를 입지 않은 함은 '삼중유골함'이었다. 진공상태를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함 내부는 물론 뚜껑까지 삼중구조로 되어있어 물과 습기의 유입을 막았다.

이를 악용한 업체들도 생겼다. 유골함 내부에 황토칠을 해놓고 이중함으로 속이거나 몸통 하나에 뚜껑만 삼중으로 다는 경우도 있다.
이 대표는 "유골이 오래도록 보존되길 바라는 유족들의 심리를 악용한 것"이라면서 "기능성 유골함이라 속여 가격만 높게 부르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판매 업자들의 '꼼수'가 유골함 가격에도 거품을 만든 것이다. 일반인의 눈으로는 유골함별 구분이 쉽지 않아 여전히 '불량 유골함'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 대표는 "모르는 이들의 눈엔 안이나 밖이나 같은 도자기일 뿐이다. 하지만 불량 유골함의 가운데(밑바닥)은 도자기가 아닌 흙 상태다. 이 흙이 습기를 빨아들여서 겨울이 되면 얼게 된다. 팽창돼 유골함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기준 없어… 국가유공자 유골함도 '위태'

이같은 불량 유골함이 유통되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유골함 제작 과정에서부터 유통까지 뚜렷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탓이다.  
불량 유골함이 나오는 또다른 이유는 '연료 절감'이다.
도자기가 되려면(자화) 흙으로 빚은 후 가마에서 1250도 이상의 불에 구워야 한다. 하지만 1250도까지 올리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도자기 수축률이 높아지는데, 수축된 도자기가 깨지거나 불량이 될 가능성도 크다. 상당수 업체들이 애초에 높은 온도에서 도자기를 굽지 않는 이유다.
이 대표는 특히 제작과정에서 '유골함은 몇 도 이상에서 구워져야 한다'는 온도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립묘지에 안장된 유골함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현재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유골함 제작 기준이 마련돼 있긴 하지만, 이 역시 크기나 문양 삽입 규정에 그치는 정도다.
무엇보다 국립묘지 유골함은 땅구덩이 안에 석실을 만들어 넣고, 그 다음 유골함을 집어넣는 방식이라 비가 많이 내리면 물에 잠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가 많이 내리면 석실 안에 물이 찰텐데, 낮은 온도에서 구운 유골함은 물을 쉽게 빨아들여 (이번 사태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국가유공자를 모시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